보육관련 여성단체는 정부가 발표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은 정부책임이 간과됐음을 지적하며,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및 관리감독 확대 등 공공보육시스템의 전면 개편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는 1월29일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어린이집 내 CCTV 설치 의무화, 보육교사 국가고시제도 도입을 비롯한 보육시설 보조교사 증원, 아동학대 발생 즉시 해당보육 시설 폐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여성단체는 이를 재탕·삼탕 수준의 미봉책이라고 비판하고 나선 것.

이들은 “정부는 아동학대 사건의 원인을 무상보육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며, ‘무상보육으로 인해 어린이집 수요가 급증했기에 자녀양육수당을 인상해 수요를 조정하겠다는’고 발언해 취업모와 전업주부 간 갈등을 조장했다”면서 “무상보육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사항으로, 무상보육이 시행될 때 여성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재정지원만 하는 무상보육은 한계에 직면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또 “자녀양육수당 확대는 저임금 여성이 일 대신 가정양육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여성경제 활동 참여 확대 정책과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7, 10세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전업주부 김영진 씨는 “출산 후 일을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에 국공립어린이집의 대기를 신청한 결과 6개월이 지난 후 연락이 왔다. 하지만 국공립어린이집은 아이의 적응과 출석율에 따른 운영비를 이유로 내가 희망하는 요일이나 시간대에 맞춰 보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결국 김영진 씨는 낮은 급여와 복지 등 열악한 수준의 처우를 받고 있는 보육교사에게 좋은 보육을 기대하기 힘들거라 여겨 국공립어린이집과 직장생활을 포기했다.

김 씨는 “CCTV설치 의무화나 전업주부 어린이집 사용 제한이나, 가장 중요한건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필요한 시설에서 언제든 안전하게 이용 가능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6세 남아를 양육하고 있는 취업맘 이정해 씨는 출산 후 6개월째 복직했지만 당시 영아전담유치원의 확대와 연장형 어린이집의 부족으로 인해 고군분투했던 경험을 설명했다.

이정해 씨는 “복직 후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다가 아이가 18개월이 돼서야 영아전담 국공립어린이집 대기가 떠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불과 6개월 후 영아전담 나이제한을 초과해 다시 국공립어린이집을 찾아 헤매는 결과로 반복됐다”고 전했다.

이 씨는 “운 좋게도 발품팔아 새로운 어린이집 공고를 확인해서 들어갈 수 있었지만, 출근시간에 쫓겨 불 꺼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마음은 참담할 지경”이었다면서 “나 때문에 항상 빨리 출근해주는 보육교사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취업포털 파인드잡에 따르면 어린이집 학대 사건에도 불구하고 맞벌이를 하게 될 경우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겠다’고 응답한 여성은 57.2%나 됐다.

이어 ‘가족이나 친척이게 맡긴다’는 35.4%, ‘베이비시터를 고용한다’ 6.9%, ‘이웃에게 맡긴다’ 0.3% 순으로 나타났다.

파인드잡 관계자는 “맞벌이 부부가 가족 또는 친지에게 아이를 맡기기 어려울 경우 어린이집 외에는 뚜렷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 사회 각층에서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이 조성되도록 정부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정부에게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및 관리감독 확대 ▲아동 수 대비 보육교사 높이고, 보육교사 공적관리시스템 마련 ▲어린이집 개방과 부모·교사 협력체계 형성 등을 촉구했다.

박차옥경 사무처장은 “정부는 이러한 사건이 이슈될 때마다 수행 주체를 여성으로 지정한다. 노인돌봄만 해도 여성의 돌봄 수행을 지지하는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누구나 생애주기별로 돌봄을 주고받으며 순환한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을 여성으로 한정하고 공식화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복지뉴스 - 이수경 기자 [블로그/이메일]

http://www.bokjinews.com/article_view.asp?article1=104&article2=10&seq=31442&page=18